To 예주에게
예주야, 아프면 사람이 엄청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잖아. 특히 다리 쪽이 아프면 더 그런 것 같아. 나도 발 골절됐을 때 그랬던 기억이 나. 가고 싶은 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까 너무 서럽고, 아프기는 또 얼마나 아파. 팅팅 부어서 거동도 불편하고.
또, 사람은 기분에 따라 모든 게 다르게 보이잖아. 기분 좋을 때는 조금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웃어넘길 수 있는데,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조금 좋은 일이 있어도 크게 기쁘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. 내가 너한테 있어서 슬픔을 덮고 우울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, 그런 커다란 좋은 일이 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서 조금 슬프네.
가뜩이나 힘든 일을 겪고 있는데, 내가 너의 기분을 더 망칠 수는 없잖아. 그래서 내가 혹시 실수한 건 없는지, 기분 나쁘게 한 건 없는지 자꾸 돌아보게 되더라. 물론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, 최근에 나를 조금 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돼. 이따금은 네가 첫 만남 때 좋아했던 내 모습에 지금의 내가 여전히 부합할지 걱정되기도 하고 말이야.
내가 너를 정말 많이 좋아하나 봐. 기분이 안 좋다가도 너한테 답장이 오면 금세 좋아지고, 언제 다시 연락이 올까 기다리게 돼. 못 만나니까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데 통화를 못 하면 괜히 서운해지기도 하고. 항상 더 잘해주고 싶고, 더 기쁘게 해주고 싶어. 다만 이런 내 마음이 너에게는 많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.
사실 이렇게 편지를 쓰면서도 내가 너무 과하게 생각한 건 아닐까 싶어. 아프니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늘어날 거고, 약을 먹으면 잠도 계속 올 거고, 우울할 때는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겠지.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지는 걸 보니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한 사람인가 봐.
힘든 일은 언젠가는 다 지나가더라. 우리가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됐다고, 겨우 몇 년 더 살아놓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웃기긴 하지만. 이 고통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. 그때가 되면 지금의 힘들고 괴로운 순간들도 “그땐 그랬지” 하며 추억으로 남을 거야. 진심으로 사랑해, 예주야.
From 막상 쓰고도 쑥스러운 사람이